19/11/2025
[집은 아이들에게 가장 안전한 곳이어야 합니다]
얼마 전 또다시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부모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불이 나고, 그 작은 몸으로 어디에도 피하지 못한 아이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최근 4년간 집 안 화재로 숨진 13세 미만 아동은 19명에 달합니다. 모두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인 ‘집’에서 희생된 것입니다. 이 비극은 단순한 불운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마련해둔 법과 제도의 빈틈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입니다.
“화재 안전, 설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현행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제10조 제1항은 단독주택과 공동주택(다세대·연립 등, 단 아파트와 기숙사 제외)의 소유자에게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 등 ‘주택용 소방시설’을 반드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법 시행령 제10조는 이 주택용 소방시설을 “소화기 및 단독경보형 감지기”라고 구체적으로 정의합니다. 문제는 법이 설치만 의무화했을 뿐, 정기 점검이나 교체에 대한 명확한 의무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임대주택이나 노후 주택에서는 감지기가 아예 없거나, 건전지가 방전된 채 방치된 경우가 많습니다. 소방청은 감지기의 수명을 10년으로 권고하지만, 이는 법적 강제력이 없는 안내일 뿐입니다.
이제는「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제10조에 연동형 화재감지기 의무 설치 조항을 신설하고, 일정 기간마다 작동 여부 점검과 교체 의무를 명확히 규정해야 합니다. 더불어 같은 법 제17조(소방용품의 내용연수 등)에서 소방용품의 범위를 기존 소화기에서 확대함과 동시에 ‘임대 사업자는 임차인 입주 시 소방시설 작동 상태를 확인하고, 이상이 있을 경우 교체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을 추가해야 합니다.
“돌봄 제도, 아이들이 가장 필요할 때 멈춰 섭니다”
돌봄 제도의 공백도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합니다. 「아이돌봄 지원법」제4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호자의 돌봄 책임을 지원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 법에서 근거해서 아이돌봄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으나 실제 서비스는 대부분 평일 낮이나 저녁까지만 운영된다는 허점이 있습니다. 더구나 여성가족부가 고시한 아이돌봄 서비스 운영지침(2024년판)에 따르면, 야간(22시~06시)이나 일요일·공휴일·근로자의 날에 서비스를 이용하면 기본요금의 50%를 추가로 부담해야 합니다. 정작 가장 돌봄이 절실한 가정일수록 이 가산 요금 때문에 이용을 포기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긴급 돌봄도 운영지침에 ‘2시간 내 긴급 필요시 연계’로만 규정돼 있어 갑작스런 상황에서는 제 역할을 하기 어렵습니다.
“아동 안전은 곧 사회 안전입니다”
불길 속에서 세상을 떠난 아이들의 이름은 뉴스 속 짧은 기사로만 남지만, 그 뒤에 남겨진 가족의 상실과 정말은 평생 이어집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에도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지킬 수 없습니다. 그래서 국가와 사회가 아이들의 울타리가 되어야 합니다. 집 안이 여전히 위험한 공간으로 남아 있는 한, 우리 모두의 안전 또한 위협 받습니다.
이제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제10조와 제17조, 그리고 「아이돌봄 지원법」제4조와 운영지침을 아동의 안타까운 사고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강화해야 합니다. 설치만 하고 방치되 SMS 화재 경보기, 아이들이 가장 필요할 때 멈춰 서는 돌봄 제도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아이들이 집에서 안심하고 뛰어놀 수 있는 사회, 부모가 두려움 없이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사회, 그것이 곧 우리 모두가 안전한 사회입니다. 아동안전워원회는 국회와 정부가 이번 비극을 계기로 법과 제도의 빈틈을 반드시 메워줄 것을 촉구합니다. 아이들의 안전이 곧 우리의 미래입니다.
사단법인 아동안전위원회
이사장 이제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