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8/2026
반크, “해외 유명 기관 영문 사이트 한국사 오류·누락 조사… 수억명의 AI 사용자에게 한국 왜곡 확산우려”
유네스코·미국 항공우주국·내셔널지오그래픽·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 해외 주요 기관 영문 사이트 10곳 조사
만리장성 5건·발해 4건·고구려 2건… “해외 유명 기관의 한국에 대한 왜곡된 서술은 수억명의 AI 사용자의 한국사 인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단장 박기태)는 유네스코(UNESCO), 미국 항공우주국(NASA), 내셔널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 메트로폴리탄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등 세계적으로 널리 이용되는 주요 영문 사이트 10곳을 조사한 결과, 만리장성의 지리적 범위와 고구려·발해 관련 서술에서 부정확하거나 역사적 맥락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는 중복 분류를 포함해 만리장성 5건, 발해 4건, 고구려 2건이다.
이번 조사는 국제기구와 정부기관, 세계적인 박물관과 미디어 등 높은 신뢰도를 가진 정보원이 제공하는 짧고 구조화된 역사 정보가 검색엔진과 생성형 AI를 통해 다시 활용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에 따르면 3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12억 명 이상이 AI 도구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AI가 주요 정보 탐색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과거 특정 웹페이지에 머물렀던 역사 서술의 영향력도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만리장성의 지리적 서술이다. 미국 항공우주국 지구관측소(NASA Earth Observatory)는 만리장성을 설명하면서 “한국에서 고비사막까지(from Korea to the Gobi Desert)” 이어진다고 소개하고 있으며, 내셔널지오그래픽은 만리장성의 전체 구조가 ‘한국 국경(Korean border)’에서 고비사막까지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글로벌 미디어 기업 에이앤이(A+E Global Media) 산하 역사 전문 채널 히스토리(HISTORY.com)는 명대 장성이 랴오닝성의 압록강에서 간쑤성의 타오라이강까지 이어졌다고 서술한다.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당시 만리장성의 동쪽 끝은 산하이관으로 소개됐다. 그러나 중국 국가문물국은 2009년 명대 장성의 길이를 8,851.8㎞로 발표한 데 이어, 2012년 역대 장성의 총길이를 21,196.18㎞로 확장해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만리장성의 일부라고 주장하는 구간에는 648년 당군의 공격을 받은 고구려의 성 ‘박작성’ 유적이 포함됐다.
중국은 박작성의 흔적과 고구려 성곽으로서의 역사적 성격을 지우고, 해당 지역을 중국의 ‘호산산성’으로 재구성해 만리장성의 동쪽 기점으로 국제사회에 홍보하고 있다. 실제로 해외 영문 관광 안내서에는 호산산성이 명나라 때 건설된 만리장성의 일부이자 동쪽 끝이라고 소개된 사례도 확인됐다.
반크는 고구려 성곽 유적을 만리장성 체계에 포함하는 것은 고구려의 독자적인 역사 공간을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하고, 만리장성의 범위가 한반도 접경까지 이어졌다는 오해를 낳는 명백한 역사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는 웹사이트에서 새롭게 발생한 것이 아니다. 반크는 2021년 해외 유명 출판사의 세계사 교과서 40권을 조사해, 이 가운데 29권이 만리장성의 동쪽 끝을 신의주·압록강 일대까지, 7권은 평안남·북도까지 표시한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글렌코(Glencoe)가 발행한 『World History』 세계사 교과서에는 만리장성이 평안남도까지 이어진 지도가 수록됐다. 반크는 과거 교과서와 지도에 축적된 오류가 오늘날 영향력 있는 웹사이트와 AI 답변을 통해 다시 재생산·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고구려와 발해 관련 자료에서도 한국 고대사의 지리적 범위와 역사적 맥락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사례가 확인됐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한국사 자료는 고구려와 발해의 영역을 ‘한반도(Korean peninsula)’로 한정해 서술하고 있어, 만주와 연해주 일대까지 이어졌던 한국 고대사의 공간을 축소하고 있다.
또한 엔사이클로피디아(Encyclopedia.com)의 고구려 관련 설명에서는 고구려 멸망 이후 신라의 통일을 다루면서 발해의 성립과 역사적 역할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반크는 압축적인 백과사전식 서술에서 특정 국가나 시대가 누락될 경우, 이용자가 해당 역사를 한국사의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크는 국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정보원이 고구려·발해의 역사적 공간과 존재를 축소하거나 만리장성의 범위를 부정확하게 서술할 경우, 한국 고대사가 오늘날의 한반도 안에서만 전개된 것으로 오인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이러한 역사 서술의 영향이 해당 웹페이지를 직접 접한 이용자에게 주로 한정됐다. 그러나 수억명의 인구가 사용하는 생성형 AI 시대에는 신뢰도 높은 웹사이트의 짧은 문장과 구조화된 정보가 검색과 AI 답변을 통해 재구성될 수 있다. 한 문장의 부정확한 표현이나 하나의 역사적 누락이 웹페이지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언어와 국가의 이용자에게 반복적으로 전달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박기태 반크 단장은 “공신력 있는 기관의 역사 서술은 단순한 웹페이지의 한 문장으로 끝나지 않는다”며 “오늘날에는 그 기관이 가진 신뢰도와 함께 검색엔진과 생성형 AI를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기 때문에, 국제적인 정보 환경에서 한국사를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사를 축소하거나 누락한 정보가 AI 시대의 보편적인 역사 설명으로 굳어지기 전에 이를 발견하고 바로잡는 것은 세계인이 한국의 역사를 이해하는 디지털 지식의 출발점을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분석을 진행한 반크 이세연 청년연구원은 “이번 조사에서 주목한 것은 거대한 역사 왜곡만이 아니라 짧은 지리 표현과 하나의 역사적 누락이 한국사에 대한 전체적인 인식을 달라지게 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특히 AI 시대에는 정보의 양뿐 아니라 어떤 정보가 선택되고 어떤 맥락이 반복적으로 제시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영문 사이트의 역사 서술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한국사의 역사적 범위와 맥락이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반크는 2022년 영문 사이트 ‘만리장성의 역설’(greatwall.prkorea.com)을 구축해 만리장성의 길이와 범위 왜곡, 해외 교과서·지도 사례와 시정 활동 자료를 공개해 왔다.
반크는 이번 조사를 계기로 해당 기관에 객관적인 역사 자료와 수정 의견을 전달하고, 주요 생성형 AI에서 한국사가 잘못 설명되거나 축소되는 사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개별 웹사이트의 오류 수정에 그치지 않고 생성형 AI 시대에 세계인이 접하는 한국사 정보의 정확성과 균형성을 높이는 디지털 공공외교 활동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