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2026
오늘의 Africa Insight | [26.08.20] (목)
미국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세운 나라가, 미국에서 추방된 사람들을 받습니다
라이베리아가 8월 18일 발표를 냈습니다. 앞으로 1년 동안 미국이 추방하는 제3국 국적자를 최대 1,200명까지 받겠다는 내용입니다. 첫 20명은 현지시간 20일 몬로비아에 도착합니다. 제롤린멕 피아 공보장관은 아프리카 국적자뿐 아니라 북미와 남미, 카리브해 국가 국적자도 함께 온다고 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맺어온 제3국 추방 합의 중 규모가 가장 큽니다. 미국은 지금까지 20개국이 넘는 나라와 비슷한 합의를 맺었고, 그중 10개국 가까이가 아프리카에 있습니다. 가나, 시에라리온, 남수단, 우간다, 콩고민주공화국,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이 이미 이름을 올렸습니다.
라이베리아 정부는 이 결정을 설명하면서 자국의 건국 역사를 꺼냈습니다. 1816년 미국식민협회가 자유 흑인과 해방 흑인의 아프리카 이주를 추진했고, 1822년 서아프리카 해안에 정착지가 생겼습니다. 그곳이 1847년 독립한 라이베리아입니다. 새 삶을 찾아 스스로 배에 오른 사람도 있었습니다. 반대로 나는 미국인인데 왜 떠나야 하느냐고 반발한 자유 흑인도 많았습니다. 정착지가 생기기 전부터 그 땅에는 이미 여러 공동체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후 미국계 라이베리아인이 정치와 경제의 상층을 차지하면서 토착 주민의 참여는 오래 막혔습니다. 배제를 피해 만든 나라가 안에서 다시 배제를 만든 역사가 같이 붙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몬로비아는 그 역사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나투 오스왈드 트웨 법무장관은 도착하는 사람들을 손님으로 맞겠다고 했습니다. 라이베리아에 망명을 신청할 수도 있고, 원하면 떠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대가성 거래가 아니고 보상을 요구하지도 않았다는 것이 정부 설명입니다. 다만 미국이 프로그램 운영과 이주관리 체계 강화를 지원한다는 사실은 공개됐습니다. 규모도 내용도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여기서부터가 중요합니다. 제3국으로 보내지는 사람 중에는 미국 이민법원이 송환을 금지한 이들이 있습니다. 본국으로 돌려보내면 고문이나 박해를 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 머물 권리를 얻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특정 나라로는 보내면 안 된다고 미국의 절차가 인정한 사람들입니다. 이번 20명 중에 그런 보호 명령을 받은 사람이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손님이라는 말은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에게 씁니다.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자유도 갈 나라와 여권과 돈이 있어야 자유입니다. 필요한 것은 호칭이 아니라 지위입니다. 얼마나 머물 수 있는지, 일할 수 있는지, 망명을 신청하면 어떤 절차를 밟는지, 나중에 다른 나라로 다시 보내질 때 누가 심사하는지. 인도주의라는 말의 실체는 이 항목들에서 갈립니다. 라이베리아가 자국의 역사를 근거로 삼았다면, 그 역사는 합의문을 공개하라고 요구할 근거도 됩니다. 의회와 시민사회가 조건과 운영을 들여다볼 수 있느냐가 앞으로 1년을 가릅니다.
한국도 비슷한 자리에 서 본 적이 있습니다. 1994년 난민심사를 시작한 뒤 2025년까지 1,679명이 난민으로 인정됐고, 누적 인정률은 2%대입니다. 난민은 아니지만 돌려보내면 위험하다고 판단된 2,727명에게는 인도적 체류를 허가했습니다. 보낼 수도 없고 받아들이지도 않은 사람을 어디에 둘 것인가. 오늘 몬로비아에 내리는 비행기가 남기는 질문은 서아프리카만의 것이 아닙니다.
작성 : (사)아프리카인사이트 [email protected] | Assisted by AI (text & illustr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