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6/2026
2026 서울국제도서전 4일차 2026.6.27.
B1홀 커피 리브레
즉석 인터뷰_관람객 M(유치원 선생님), P(초등학교 선생님, 30대 초반)
토요일, 둘째가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았다.
함께 점심을 먹으려고 B1홀 커피 리브레에 들렀는데, 옆자리에서 들려온 한마디에 귀가 번쩍했다.
M)"아우, 선물을 너무 많이 받아서 행복해 ㅈㄱ다!"
궁금해서 말을 걸었다.
"무슨 선물을 그렇게 많이 받으셨어요?"
처음 보는 분이었지만, 기다렸다는 듯 가방을 열었다.
책, 키링, 책갈피, 굿즈...
M)"이건 교보문고, 이건 문학동네, 이건 밀리의서재..."
아침 8시에 집을 나와 9시에 도착,
10시 입장과 동시에 두 시간 동안 도서전을 누비고 온 참이라고 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재미있어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이 이어졌다.
P)"처음엔 귀여운 굿즈 때문에 왔어요."
그런데 굿즈를 받으려면 자연스럽게 책을 들춰보게 되고, 처음 보는 작가를 알게 되고, 결국 책까지 사게 된다는 것이다.
가챠를 돌리다가 모르는 책을 만나고,
부스를 돌다가 좋은 문장을 발견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책 한 권을 품에 안고 나온다.
P)"굿즈가 책으로 사람을 데려와요."
이 말이 참 인상적이었다.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M)"여기 오면 사람들이 다 친절해요."
줄이 길어도 서로 배려하고,
책을 좋아한다는 공감대가 있어서인지 분위기 자체가 편안하다고 했다.
좋아하는 작가를 멀리서 보기만 해도 행복하고,
유튜브에서만 보던 출판사 PD를 실제로 만나면 설렌다고.
"사인 받으려고 오래 기다리는 거 안 힘드세요?"
P)"설레요. 좋아하는 작가를 언제 또 이렇게 만나겠어요."
그러다 갑자기 출판사를 향한 진심 어린(?) 성토가 시작됐다.
M)"제발 굿즈 좀 많이 만드세요!"
한정 50개는 너무하다는 것이다.
M)"500개는 만들어야죠! 저는 돈 쓸 준비가 되어 있는데 왜 안 파세요? 두세 개 더 사고 싶은데 맨날 품절이에요."
주변 사람들이 모두 웃었다.
하지만 그 말 속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M)"응원하는 출판사에 직접 돈을 쓰고 싶어요."
서점을 거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출판사에게 직접 응원의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것.
그것도 도서전만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굿즈만 사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출판사마다 준비한 체험을 즐기고,
독서 취향 테스트를 하고,
MBTI처럼 책 취향을 알아보고,
환경을 생각한 부스 디자인을 구경하고,
마케팅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얻기도 했다.
P)"여기 오면 책뿐 아니라 아이디어도 얻어요."
가장 놀라웠던 건 마지막 이야기였다.
M)"내년에 또 오려고 적금까지 들었어요."
줄을 기다리다가 바로 가입했다고 한다.
한 달에 5만 원.
M)"올해 너무 많이 썼거든요. 내년엔 마음 편하게 쓰려고요."
옆에 있던 사촌도 웃으며 말했다.
P)"저는 어제 혼자와서 13만 원 썼고, 오늘은 가챠를 열한 번 돌렸어요."
M)"저는 내일도 또 올 거예요."
도서전을 위해 적금을 드는 사람.
처음엔 웃음이 나왔지만,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해가 됐다.
이들에게 서울국제도서전은 단순히 책을 사는 곳이 아니었다.
전자책도 즐겨 읽지만,
종이책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출판사를 응원하고,
작가를 만나고,
새로운 책을 발견하는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서
행복해지는 축제였다.
'책은 안 팔린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 시대.
하지만 도서전에서 만난 이들의 눈은 누구보다 반짝이고 있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이 괜히 든든했다.
그리고 이런 행사가 더 자주, 더 많은 지역에서 열렸으면 좋겠다는 마지막 바람에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마음껏 모여 즐길 수 있는 축제가 전국 곳곳에 생긴다면, 독서는 훨씬 더 즐거운 문화가 되지 않을까.
대한출판문화협회 교육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