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3/2026
함께 일하고 함께 살다가, 마지막 길도 함께 배웅한 하루
故 신규선 선생님을 보내드리며
오늘 노느매기 조합원들은 故 신규선 선생님의 마지막 길을 함께 배웅하고 돌아왔습니다.
큰 슬픔 속에서도 장례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은, 고인을 아끼던 조합원들과 유족, 그리고 곁에서 함께 마음을 모아준 많은 분들 덕분이었습니다.
고인은 서울시립승화원을 거쳐 용미리 제1묘지 자연장으로 모셔졌습니다.
짧지 않은 하루였고, 마음이 많이 무거운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길을 혼자가 아니라 함께 걸었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장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평소 신규선 선생님께서 즐겨 드시던 추어탕으로 함께 점심을 나누었습니다.
식사를 하며 우리는 선생님에 대한 기억을 하나씩 꺼내놓았습니다. 현장에서의 모습, 툴툴거리면서도 누구보다 따뜻했던 마음, 동료들을 챙기던 방식, 그리고 일 앞에서 끝까지 책임지던 태도까지. 웃음과 눈물이 함께 섞인 그 시간은, 슬픔을 조금씩 견디게 해주는 또 하나의 작별 인사였습니다.
노느매기는 중장년 1인 가구 조합원이 많은 조직입니다.
그래서 오늘의 장례는 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인 동시에, 우리 모두에게 아주 깊은 질문을 남겼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며 맞이하게 될 아픔과 상실,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마지막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건너갈 것인가.
오늘 우리는 그 질문 앞에서 한 가지 분명한 답을 확인했습니다.
노느매기는 함께 일하고, 함께 웃으며 살아가는 조직일 뿐 아니라, 마지막 가는 길에도 서로를 외롭게 두지 않는 공동체라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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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먼저 떠나는 일이 앞으로 오늘 하루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 현실은 쓸쓸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조합원들은 마음 한켠에 이런 신뢰를 품게 되었을 것 같습니다.
“나는 혼자 쓸쓸하게 떠나지는 않겠구나.”
이 믿음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공동체가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깊은 약속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신규선 선생님은 노느매기와 함께하며 자신의 삶으로 그 정신을 보여주신 분이었습니다.
현장 곳곳에서 성실함과 책임감으로 일하셨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태도로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셨습니다. 또한 주민기술학교 강사로서 기술과 경험을 아낌없이 나누며 후배들과 주민들에게 진한 흔적을 남기셨습니다. 선생님이 남기신 가르침과 정성은, 우리가 앞으로도 오래 기억하고 이어가야 할 소중한 유산입니다.
이번 장례를 치르며 우리는 서울시 공영장례 제도의 의미와 장점도 깊이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가족이나 자원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고인의 존엄을 지키며 마지막 길을 정성껏 모실 수 있도록 돕는 공적 장례 체계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다운 대우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사회안전망입니다. 특히 중장년 1인 가구, 가족관계가 단절되었거나 돌봄의 공백이 있는 시민들에게 공영장례는 단순한 행정 지원이 아니라, 존엄을 지켜주는 사회의 약속이라는 점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또한 이번 장례 과정에서는 무연고자 장례 지원 활동을 해온 시민단체 ‘나눔과나눔’의 도움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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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하고 낯선 절차 앞에서 필요한 안내와 지원을 받을 수 있었고, 덕분에 고인을 보다 정중하게 보내드릴 수 있었습니다. 제도만으로는 다 채워지지 않는 자리를 시민사회의 연대가 따뜻하게 메워준다는 사실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의 장례는 단지 한 분의 마지막을 배웅한 하루가 아니었습니다.
서로의 삶을 지켜보며 함께 늙어가는 사람들이, 마지막 순간에도 서로를 외롭게 두지 않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시 약속한 날이었습니다.
노느매기가 왜 필요한지, 우리가 왜 협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 그 이유를 다시 확인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신규선 선생님,
선생님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참 고마웠습니다.
선생님이 남기신 기술과 태도, 그리고 사람 냄새 나는 따뜻함을 저희는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이제 무거운 삶의 짐을 내려놓으시고 평안히 쉬십시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