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5/2025
당신이 본 적 없는 어느 미혼모 by L.H
단 한 번도 내가 미혼모로 살게 되리라는 생각을 해본 적 없었다. 심지어 홀로 아이를 낳고 기르는 5년간에도 그게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다. 그러니까 삼십 몇 년이 넘도록 미혼모라는 존재에 대해서 그 어떤 종류의 상세한 생각도, 감정도, 말도 나는 가져 본 일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비로소 미혼모인 것을 깨달았을 때, 그러니까 그게 한국 사회에서 무엇을 뜻하는지를 인지했을 때, 그 충격은 발밑의 땅이 흔들리고 갈라지는 것 같았다. 정연한 세계가 부서졌고 나는 아무렇게나 벌어진 틈에 끼어 오래도록 생각해야 했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내가 아이를 낳고 기르며 느꼈던 혼란과 정체성에 관한 내용이고, 당신이 누구든지 간에 읽어 내려가며 불쾌해질 가능성이 크다. 자기 삶에 미혼모와 같은 것은 조금도 끼어들지 않았으면 하는 입장에서도, 미혼모야 저가 좋아 낳았다지만 미혼모의 자식은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도, 미혼모의 권리를 옹호하는 입장에서도 듣고 싶지 않은 말들이 어지럽게 섞여 있을 테다. 선언하건대, 나는 당신을 이 출구 없는 틈으로 안내하여 오래도록 끼어있게 할 작정이다.
아이를 낳은 미혼의 여자
2024년 겨울 모델 문가비가 배우 정우성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았다. 둘은 결혼하지 않았고 정우성은 아버지로서 아이를 책임지겠다고 했다. 나는 내가 미혼모인지 모르는 직장 동료들과 그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터넷의 논란도 보았다. 사람들이 정우성을 비도덕적인 인간, 문가비는 대책 없는 인간, 다만 그 사이 태어나버린 아이는 불쌍한 존재라고 평하는 것을 보았다.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게 나았다는 것이다.
기사 더보기 CLICK
https://blog.naver.com/kumsn3007/223843971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