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9/2026
2026년 9월 17일, 꽃풀소 엉이가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허망하다는 말만으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 불과 며칠 사이에 벌어졌습니다. 이별을 준비할 시간조차 충분히 갖지 못한 채 엉이를 보내게 되어 황망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습니다.
곧 일곱 살 생일을 맞는 꽃풀소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땅에 묻히는 엉이의 곁을 지켜보았습니다. 그 뒤로 며칠 동안 창포와 부들, 메밀은 엉이가 묻힌 자리와 생전에 마지막으로 앉아 있던 자리를 떠나지 않고 밥을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줄곧 그곳을 지켰습니다. 우리는 그것이 이들의 추모라고 생각합니다. 늘 함께 살아온 가족을 연이어 떠나보내는 마음은 같은 이별을 겪어보지 않고서는 온전히 헤아리기 어려울 것입니다.
엉이는 고관절 탈구로 아프고 불편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실 엉이가 다리를 절뚝거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오래전에도 비슷한 증상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스스로 몸을 조심하며 회복했고 이후에는 다시 잘 걸어 다녔습니다. 그래서 같은 부위를 언제든 다시 다칠 수 있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이상을 발견한 것은 9월 초였습니다. 엉이는 오른쪽 뒷다리를 절뚝이며 걸었습니다. 발굽의 문제인지 관절의 문제인지 가늠하기 어려웠기에 전화로 상담한 수의사님은 먼저 발굽을 살펴보고, 이상이 없다면 고관절의 문제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어렵게 발굽 전문 수의사님을 모셔 발굽을 깎고 상태를 확인했지만 염증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발굽에 문제가 없다는 것은 다행이었지만, 한편으로는 회복이 쉽지 않은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엉이는 몸을 무척 조심스럽게 움직였고 경사진 곳에는 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엉이가 이전처럼 스스로 회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엉이가 주저앉아 일어서지 못한 이튿날, 대동물 수의사님의 내진을 받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진단은 고관절 탈구였습니다. 치료할 방법이 없다는, 엉이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수의사님의 말 앞에서 절망했습니다. 너무도 갑작스러웠기에 엉이와 이별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머위와 미나리에게는 시도해볼 수 있는 치료 방법이 있었고, 희망을 품을 수 있었기에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보았습니다. 그러나 엉이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습니다. 먹을 것과 물을 챙기고, 다리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주변의 흙을 파주고,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진통제를 놓아주는 일이 전부였습니다. 엉이의 몸을 회복시킬 구체적인 처치는 할 수 없었습니다.
같은 자세로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던 엉이는 점차 옆으로 드러누워 있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더 크고 심각한 고통이 찾아오기 전에, 우리는 엉이를 위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거듭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진단을 받은 지 사흘 만에 안락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는 고통받게 하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엉이가 우리에게 남기고 간 것은 무엇일까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사실 앞에서 깊은 무력감을 느끼지만 지나치게 커진 몸과 그 몸을 지탱하기에는 가느다란 다리로 살아가는 것 자체가 소들에게는 녹록지 않은 일입니다. 인간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몸으로 살아가게 한 세상에, 그리고 그 삶의 무게를 온전히 덜어주지 못한 것에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누군가는 엉이가 다른 소들보다 많은 것을 누리며 행복하게 살다 갔다고 말합니다. 그 말이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우리는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인간의 기준으로 다른 존재의 삶과 행복을 판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엉이의 죽음이, 많은 이에게 종차별적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만든 세상이라면 우리 손으로 다시 바꿀 수도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언젠가는 모든 존재가 자신의 몸과 삶을 온전히 누리며 해방되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엉아, 우리와 함께해줘서 고마워."
하늘나라로 떠난 엉이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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