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0/2025
222기 독립영화워크숍 입문 과정을 '공동작업'으로 마치면서 김O진
지난 삼 개월은 내게 변화의 시간이었다. 다른 이들도 그렇겠지만 특히 내게는 함께하는 공간과 사람, 어휘까지도 나의 오랜 세계에서 벗어나는 일이었기에 특히 그랬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기에 펜을 드는 일이 쉽지 않았다. 이건 또한 내 글이 늦어진 것에 대한 변명이기도 하다. 어떤 이야기를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사실 없었다. 다만 어떻게 이야기를 써야 할까에 대한 고민에 잡혀있었던 것이다. 침대에 누워선 내가 얻어간 것이 무엇인가 하는 고민을 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무질서한 시간들 속에서 급작스레 내 사이의 격차를 크게 체감하기도 한다. 사실 이제 마무리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는다. 모두에게 어울리는 작별을 고했고, 전기세 고민도 없이 에어컨을 원하는 만큼 틀고 있지만서도 역시 끝맺음의 감각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아마 내가 원하는 완벽한 결말이 없었음에 대한 미련일지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다가왔다. 이제는 결말을 받아들이고 그 과정을 되돌아볼 시간이다. 워크숍의 시작은 어찌 보면 도피와도 같았다. 대학을 휴학하고 하는 일 없이 누워만 있는 내 자신에 대한 불안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이렇게 말로써만 영화를 지향하면서 시간만 날리다 결국 눈앞에 잡히는 일을 하는 삶을 살게 되진 않을지, 그것이 아니더라도 말에만 담긴 의지로써 내 목표들이 사라지지 않을지 하는 공포가 나를 도사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바에 생각난 것이 독립영화 워크숍이었다. 이전에 한번 설명회에 갔을 때, 공간과 낭쌤이 주는 강한 인상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신청을 포기했던 적이 있었지만, 이 시점에서 나의 의지는 그것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신청한 워크숍은 첫 시간은 사실 예상보다도 많이 힘들었다. 처음 듣는 용어들과 그 내용의 밀도, 그 외에도 여러 난관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길지 않은 시간 안에 극복할 수 있었다. 그리곤 워크숍의 진짜 의미에 대해 점차 깨닫기 시작했다. 공동 작업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다.
워크숍 속에서 가장 큰 인식의 변화는 영화 제작이 어떤 예술적이고 미학적인 순간들을 내포하는 내면적인 과정 따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기술적인 문제들 또한 중요했지만 핵심적인 것은 아니였다. 진실로 그 안에 존재하는 것은 공동작업을 통한 무한한 토론과 설득 그리고 협동의 시간들이였다. 물론 소통에서의 아쉬운 지점들이 있었음을 무시할 수는 없다. 사실 대부분이 그런 지점들이다. 모두의 생각과 의견이 다르니 모두가 원하는 결과의 형태도 달라진다. 이 안에서 내 의견을 어디까지 주장할 것인지 상대방은 얼마나 수용할 것인지, 내 주장은 어떻게 확고히 할 것인지 상대방을 수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등, 가끔은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였을 정도로 치열히 고민해왔다. 이런 과정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싶었던 기억 또한 존재한다. 그러나 1차 실습을 찍으며 그런 의문들은 사라졌다. 갑작스레 사라진 1명의 존재가 굉장히 크게 느껴졌으며, 그로 인해 급작스레 내 파트가 아닌 부분의 촬영을 맡게되었고, 거기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부분은 하나도 없었다. 소통이 없던 영역에 대한 나의 무지함을 실감하게되는 순간이였다. 어찌저찌 1차 실습을 마무리하긴 했지만 결과물을 참담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역시 가장 문제는 나의 무심함이였다. 저들의 아이디어에 대한 피드백이나 나의 의구심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 했는데, 피로와 스트레스를 이유로 적당히 넘어가버렸다. 공동작업의 의미는 이제나 각인되었다. 소통을 통해서만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말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체감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해하는 것과 실행하는 일 사이에는 큰 차이가 존재하였고, 많은 노력을 요했다. 2차 실습을 준비하면서는 많은 소통을 나누겠다고 생각한 나였지만, 다른 이의 의견을 굽히기 힘들다는 생각이 오래 지속되자 어느 순간부터 이전의 태도로 돌아가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반동은 2차를 준비하는 과정 뿐 아니라 촬영현장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나는 모든 걸 의심하고 걱정하기 시작했으며, 이 불신은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로 이었다. 이는 내 본래의 역할에의 집중을 흐트렸다. 배우와의 소통도 조금식 어긋나기 시작했고, 결국 2차 실습작도 예정된 결과를 만들어낼 뿐이였다. 후반 작업에서도 문제는 지속되었고 사실 끝까지 이것을 해결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개선의 실마리를 잡았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결과물로써는 아쉬움을 감출 수 없지만, 과정과 그 안의 배움은 절대 아쉽다고 말할 수 없다. 영화 기술적인 배움도 중요하지만, 더욱 인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배우게 되었다. 영화에서 항상 주목받는 감독의 존재와 그 이면에 놓인 수많은 관계들, 그리고 빛을 받지 못하지만 매우 중요하고 소중한 많은 역할들. 그 안에서의 소통, 스태프 간의 소통, 선생과 제자로서의 소통, 배우와 스태프로의 소통, 그리고 그 모든 관계 속에서의 자리까지. 많은 것을 배웠다. 이는 비단 영화라는 영역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영화 밖에서도 수많은 소통은 나를 둘러싸고 있고 워크숍의 과정은 내게 그걸 풀어갈 힘을 주었다. 모든 소통이 건설적이며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안에 의미 없는 소통은 없었다.
결과적으로 워크숍은 내게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인생의 변곡점이라 부르기에는 어딘가 초라할 수 있지만, 이 일이 나의 삶과 그 방식의 궤도를 바꿔놓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지난 3개월은 변화의 시간이였으며, 반성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 3개월의 시간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이곳에서의 경험과 배움들은 나와 함께할 것이다. 내 영화가 얼마나 오래갈 것인지 모르지만, 내가 얻은 것은 나와 끝까지 함께할 것이란 확신을 가지며.
□ 지난 독립영화워크숍 입문과정으로 공개된 https://cafe.naver.com/inde1990 에서 퍼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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