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9/2026
반도체가 잘 팔려서 내년 세금이 194조원 더 걷힐 전망입니다. 그런데 이 돈, 지방으로는 가지 않을 예정입니다.
정부는 2027년 예산을 짜면서 세금이 예전 추세만큼 걷힐 것으로 낮게 잡아두고, 그보다 더 걷히는 돈은 '미래대응기금'이라는 새 통장에 모으겠다고 했습니다. 규모가 162조원입니다. 문제는 지방에 나눠줄 돈을 계산할 때 이 통장에 쌓인 몫은 아예 빼겠다는 것입니다.
이 계획대로라면 원래 법대로 지방에 갔어야 할 30.5조원이 지방을 거치지 않게 됩니다. 세금이 아무리 더 걷혀도 지방에는 거의 돌아가지 않는 구조입니다.
교육예산도 바뀝니다. 지금까지는 걷힌 내국세의 20.79%를 무조건 교육 몫으로 떼어주는 방식이 55년간 법에 정해져 있었습니다. 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정해 이 자동 연동 방식을 없애고, 경제성장률과 학령인구 감소율을 반영하되 전년도보다 부족한 만큼만 채워주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렇게 되면 2027년 교육예산은 현행법대로 계산했을 때보다 32.5조원이 적습니다.
돈이 잘 걷힐 때 일부를 모아두고 필요한 곳에 쓰자는 취지 자체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돈을 누가, 어디에, 어떻게 쓸지는 함께 논의해서 정해야 할 문제입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자기 힘으로 살림을 꾸릴 수 있는 비율은 2026년 기준 평균 42.37%, 서울과 경기를 빼면 35.77%밖에 되지 않습니다. 청년들이 떠나고 고령화가 빨라지는 지금 지방정부가 할 일은 늘어나는데, 쓸 수 있는 돈은 줄어드는 셈입니다. 정부는 기금 안에 지방 몫 15.3조원을 따로 두겠다고 하지만, 어디에 쓸지를 중앙정부가 정하는 한 지방이 알아서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든다는 문제는 그대로입니다.
학생 수가 줄었다는 이유로 교육예산을 깎으면, 지방 교육은 더 나빠지고 사람들은 더 떠납니다. 오히려 지방의 학교와 돌봄 시설을 늘려서 사람이 모이게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정부는 지난 3일 관련 법안들을 2027년 예산안과 함께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확정까지는 국회 심사가 남아 있습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를 포함한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전국 18개 단체는 정부에 기금 재원 마련 방안을 전면 재검토하고, 지방정부와 지역 시민사회의 의견을 들어 지방의 재정과 역할을 오히려 키우는 방향으로 다시 설계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국회에도 법안을 원안대로 처리하지 말 것을 촉구했습니다.
▶️ 성명 전문 https://cfoi.or.kr/198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