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5/2026
[성명서] 청소년은 묻습니다. 정말 '어쩌다' 일어난 일입니까.
사회적이지 않은 성이란 없다. 한 남성이 여학생을 도심에서 살해한 사건을 어쩌다 일어난 비극으로 말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정말 이 사건은 어쩌다 일어난 것인가.
범행 이전 장씨의 스토킹이 있었다. 그는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스토킹 피해자의 목을 졸랐으며, 이후 그는 피해자를 성폭행했다. 광주경찰은 이사를 준비하던 A씨로부터 스토킹 피해 신고를 접수했으나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하고 종결 처리했다. 이후 장씨는 흉기 두 자루를 가지고 이동했다. 이동한 곳, 도심 속에서 여고생을 살해했다.
이 사건은 무차별 범죄가 아니다. 이 사건은 명백히 여성만을 겨냥한 여성혐오 범죄다. 가해자는 범행에 앞서 한 여성을 스토킹하고 성폭행했다. 이 사건을 이해할 때, 범죄자 장씨의 성 이해와 그가 성장할 때 숱하게 들었을 여성 혐오적 농담과 일화, ‘특이사항 없음’으로 스토킹 사건을 종결한 경찰관들의 성인지 감수성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스토킹 피해자의 위기 신호를 명확히 포착하지 못했다. 이 사건은 곧 현장 절차와 대응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구조적 실패로부터 기인하기도 한 것이다. 이는 경찰과 범죄자의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해도 되도록 설계되고, 그들의 몰이해를 부추긴 사회에 대한 성찰을 제기한다. 즉, 이 사건은 우리 사회의 성문화 현주소를 드러낸다. 그렇기에 이 사건에 대한 대응은 가해자 처벌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국가의 부실한 개입과 형사사법 체계의 책임을 함께 물어야 한다.
이 사건이 물어오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우리의 성인지 감수성이다. 이 사건을 보며 계속 섬뜩해오는 것은 무언가 못하거나 신중하게 구는 남성에게 다른 남성이 ‘계집’, ‘여자’, ‘에겐남’이라고 부르는 상황과 겹쳐 보이는 까닭이다. 너무도 방해 없이 순조롭게 남성이 여성을 살해했다. 너무도 방해 없이 순조롭게 여성을 멸시하는 언어가 사용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모든 성은 사회적이다, 그렇기에 그 모든 것은 우리가 만들어갈 수 있다. 여성 살해가 반복되지 않는 사회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매우 작고 큰 것이다. 매우 작은 일은 우리를 둘러싼 언어와 몸짓에서 출발한다. 성별화 된 말하기와 움직이기를 흔들고 넘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조 잘하는 여자’가 이상형이라는 말을 물고 늘어지는 것, 여성을 가리키는 픽토그램은 왜 항상 치마를 입고 있는지 불만을 갖는 것이 이 노력의 시작이다.
매우 큰일은 제도와 교육을 바꾸는 것이다. 수사기관과 거리의 감시로 여성혐오 범죄를 일으키지 못하도록 하는 것만큼이나 교육을 통해 여성혐오 범죄를 일으킬 생각을 갖는 문화 자체를 바꾸는 것을 요구한다.
마지막으로 삶을 달려볼 기회를 잃어버린 피해자에게 애도를 전한다. 여성혐오 문화의 피해자들로서 우리 또한 연대해 문화와 제도를 바꾸고 일상을 바꾸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전한다.
2026년 5월 16일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청나비
함께 기억하고 함께 말하다 _ 한국오가논&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 세이플루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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