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8/2025
너는 가고 우린 남았다.
하지만 실은
우린 가고 너는 남았다.
많은 걸 우리에게 남겼다.
너는,
우린,
네가, 필요할 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었다.
그저
발을 동동거리며
입술을 깨물며
안타까워 할 뿐이었다.
더 이상 쉼호흡하지 않는
너를 찾고서,
눈시울을 적실 따름이었다.
후회스럽다.
그날 그 시간이......
널 지키지 못했던
우리를
용서해주기 바란다.
이제 서로 다른 세상에서
우린 이렇게
마주 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날,
선임인 너의, 멋진 실력으로 지국 볼링대회에서 4계가 1등을 했던 것과,
유난히 멋진 흰 바지로 평소의 깔끔미를 배가 시켰던 것,
네가 유가상품으로 나온 가방을 들고 가며 튜브라고 말하며 웃겼던 것을 기억하며,
너의 차에 있던 박효신 테이프의 음악소리가 생생하며,
머리 모양을 자연스럽게 바꿔 훨씬 폼이 나던 것과, 그걸 멋있다고 했더니, 씩~ 웃어넘기던 모습이 떠오르며,
회의 때면 머리를 갸웃거리며 자기의 소신을 논리정연하게 펴던 것이 생각나고,
단협쟁의 기간 중 어렵지만 힘차게 파업까지도 결의해 내던 모습이 생생하다.
너의 모습은 왜 이리 지금 현실이 꿈이라고 생각될 만큼 생생한지, 곧 우리 곁에 다가와 "왜 이러고들 있어?"라고 말할 것만 같다.
선생님으로서 일만큼은 누구보다 확실하게 처리하던 너와,
작년 힘든 파업기간 동안 지구장으로서의 당찬 모습과,
올해 지부 사무국장을 맡으면서 보였던 헌신적인 모습과, 어렵던 3분회 사업을 조직화하려고 애쓰던 모습....
네가 하려고 애쓰던 일들에 우린 뜻을 같이 해 움직여 왔다. 이제 네가 없는 이 세상에서 넌 우리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
이제 우린 네가 하려 했던 일들을 다시 되새겨 생각해 본다.
이제 우린 네가 하려 했던 꿈을 다시 곱씹어 본다.
그리고 우리가 할 일을 생각해 본다.
네가 하고자 했던 일을, 그 뜻을 이어 기필코 이뤄낼 것이다. 민주직장 건설과 더 나은 근무조건과 불합리를 깨기 위한 너의 노력을 우리 3지부 구성원과 전체 교사노조 구성원의 힘으로 기필코 이뤄낼 것이다.
그것이 남은 우리가 너를 위해 할 일이다.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너에게 떳떳한 우리가 되도록 더 치열하게 살 것이다. 더 열심히 투쟁할 것이고, 더 열심히 단결할 것이고, 더 열심히 생활할 것이다. 우리의 이 결의를 지켜보면서 부디! 편한 마음으로 잠들기를 우리 모두는 기원한다.
우리가 오늘 이 자리에서 한 약속은 꼭, 기필코, 결단코 지키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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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유희수 동지
약력 :
1967. 8. 경기도 가평군에서 출생
1986 .2 설악고등학교 졸업
1990. 2. 강원대 역사교육학과 졸업
1992. 6 육군병장 전역
1996. 2 ∼ 1997. 12. (주)바른손에서 인사/교육 업무수행
1998. 2. (주)재능교육 남양주지국 입사
1999. 12. 재능교육교사노동조합 설립 및 파업투쟁시 열성적으로 참여
2000. 1 ~ 재능교육교사노동조합 혁신 3지부 사무국장으로 활동
2000. 8. 12. 지부간부수련회 과정에서 익사사고로 유명을 달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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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1월 재능교육교사노동조합 설립 곧이은 파업 투쟁, 12월 노동조합 설립신고필증 쟁취, 우선협약 쟁취, 2000년 7월 임금단체협약 쟁취......
쉼 없이 함께 달려온 한 동지를 우리는 먼저 저 세상으로 보냈습니다. 2000년 8월 12일 재능교육교사노동조합 혁신 3지부 확대간부수련회 도중, 사고로 우리 곁을 떠난 유희수 동지......
그를 보낸 지 어느덧 25년이 되었군요. 2000년 8월 14일 그의 육신을 태워버릴 화장터 안에서, 그의 몸에게 마지막으로 읽어주었던 추도문이 위의 글입니다. 펑펑 울면서 마음속 깊이 다짐했던 것들을 되뇌어봅니다.
우리가 지켜나가고자 했던 것은 그냥 노조가 아니라 민주노조였습니다.
우리가 쟁취하고자 했던 것은 일할 맛 나는 민주직장이었습니다. 회사 안의 불합리한 제도, 모순들을 뜯어고치고 더 나은 근무 조건을 당당히 쟁취해 나가는 노동자이고자 했고, 해맑은 아이들 앞에서 몸소 올곧은 삶을 실천하며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해지는 방향을 제시해 주고 가르쳐주는 참 교사이고자 했습니다.
재능교육교사노동조합을 설립한 지, 만 26년이 다 되어갑니다. 정말 많은 일들을 우리 노동조합은 겪었습니다. 그 많은 경험을 노동조합 역동성의 원동력으로 만들어가기 위해서 지난 우리의 역사를 바르게 되돌아보고 잘못된 것은 뼈아프게 반성하고 고칠 것은 올곧게 고쳐 나가야 합니다.
故 유희수 동지를 추모하며 노동조합을, 우리를 그리고 나 자신을 되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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