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2/2026
#인제안다미
#명절음식나눔
#떡국떡과만두
#차이가차별이되는세상을차버리자
#박재용작가님사진
[굽이진 인제 길마다 새겨넣은, 우리들의 ‘진심’]
설 명절을 앞두고 한 달 전부터 공을 들였습니다. 평범한 떡국보다는 조금 더 화사하고 예쁜 ‘꽃 떡국떡’을 대접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몰려든 배달 물량에 공급 불가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명절을 고작 하루 남겨둔 시점, 포기할 순 없었습니다. 급히 구한 하얀 쌀 떡국떡을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하나하나 소분하며 다시 신발 끈을 조였습니다. 모양은 조금 소박해졌을지 몰라도, 그 속에 담긴 정성만큼은 더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시련은 한꺼번에 온다고 했던가요. 인제군 6개 읍·면을 모두 돌아야 하는 긴 여정을 앞두고, 함께 힘을 보태주시던 김근수 고문님의 교통사고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일손은 부족해지고 마음은 무거워졌습니다. 과연 제시간에 이 따뜻함을 전할 수 있을지, 눈앞이 아득해지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사고의 충격과 배달의 고단함도 '기다리고 계실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을 이기지는 못했습니다. 굽이굽이 인제의 험한 길을 달리고 또 달려, 외롭고 가엾은 이들의 문 앞마다 기어코 명절음식을 내려놓았습니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을 보며 한참을 말없이 앉아 있었습니다.
그분들의 야윈 손을 잡고 나왔을 때의 온기, 냉골에서 혼자덩그러니 누워서 사람 그리는 그분들의 손길,
텅 빈 방 안을 채우던 고마움의 눈빛...
그 잔상들이 가슴에 박혀 먹먹함이 차오릅니다.
비록 계획했던 꽃 모양 떡은 아니었지만, 우리가 나눈 명절음식은 그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마음의 꽃’이었음을 믿습니다. 몸은 부서질 듯 고되지만, 누군가의 설날이 조금은 덜 쓸쓸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