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4/2026
[리포트 145] 농촌계획, 주민은 어디에 있는가
(오형은 지역활성화센터 대표)
❍ 지난 25년 동안 농촌정책은 농촌을 개발의 대상으로 정비하던 단계에서 생활권을 재구성하는 단계로 이동해 왔다. 이 과정에서 주민의 위상도 ‘동의자 → 관리자 → 파트너 → 계획가’로 변화했다.
❍ 2000년대 초반 농촌개발은 체험마을과 권역사업을 중심으로 추진되었다. 정부는 농촌의 자연과 문화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농외소득을 창출하고자 했고, 주민은 체험시설과 숙박시설을 운영하는 관리자의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운영 책임이 주민에게 전가되고 수익 배분과 노동 분담 갈등이 발생하면서 사업의 지속가능성은 제한적이었다. 이러한 한계는 개인의 리더십 문제가 아니라 수익 구조, 권한 배분, 갈등 조정 장치가 부족했던 구조적 문제였다.
❍ 2010년대 이후 농촌정책의 중심은 ‘돈 버는 일’에서 ‘살아가는 일’로 이동했다. 돌봄·의료·문화·교육 등 생활서비스 부족이 농촌 지속가능성의 핵심 문제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농촌중심지 활성화사업과 기초생활거점 조성사업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추진되었고, 설문조사와 인터뷰,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주민 수요를 반영하는 절차적 의사결정 구조가 확대되었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위원회가 소수 지역 엘리트 중심으로 운영되며 주민 참여가 형식화되는 한계도 나타났다.
❍ 그럼에도 역량강화 사업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서천군의 ‘해볼까 프로젝트’는 주민의 작은 아이디어 실행을 지원하며 참여의 진입장벽을 낮추었고, 청양군의 ‘다-돌봄’ 체계는 주민이 돌봄 서비스를 공동으로 생산· 운영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는 주민 참여가 회의 참석이 아니라 역할 수행을 통해 이루어질 때 공동체가 작동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 최근 도입된 농촌공간계획 제도는 농촌 공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 틀이다. 특화지구 지정과 주민협정을 통해 주민이 공간 관리의 공동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다만 이를 실질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갈등 조정 장치, 대표성 확보, 운영 인력 제도화, 인센티브 설계가 필요하다.
❍ 인구감소 시대에는 ‘주민’을 주민등록상 거주자로만 한정할 수 없다. 토지 소유자, 출향 인사, 월경농업인, 방문자, 콘텐츠 생산자 등 다양한 관계인구가 지역과 관계를 맺고 있다. 청양군의 로컬 에디터 사례처럼 도시 청년이 지역 자원을 취재하고 콘텐츠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활동은 새로운 형태의 주민 참여를 보여준다.
❍ 지난 25년 동안 주민은 동의자, 수혜자, 운영자, 파트너를 거쳐 이제는 공간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계획가로 호명되고 있다. 그러나 주민 참여는 선언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절차, 권한, 책임, 학습이 결합될 때 비로소 형성된다. 농촌의 미래는 ‘사는 사람’뿐 아니라 ‘참여하는 사람’에 의해 만들어질 것이다.
*민위방본 리포트145호 전문은 (재)지역재단 홈페이지-'자료실'-'민위방본'에서 내려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krdf.or.kr/kor/reference/content3?viewMode=view&ca=&sel_search=&txt_search=&page=1&idx=152
[리포트 144] 마을정책 연계방안과 실천과제 (김영숙 한국마을연합 이사장)
https://www.krdf.or.kr/kor/reference/content3?viewMode=view&ca=&sel_search=&txt_search=&page=1&idx=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