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6/2026
눈멀고 귀먹은 백성들
이사야 42장은 한편으로는 조용히 오시는 주의 종을 보여 주고, 다른 한편으로는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백성을 비추어 줍니다(42:1-4, 18-20). 이 두 장면 사이에 인간의 비극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빛을 보내시고 길을 여시지만, 사람은 어둠에 익숙해져 있고, 자신에게 익숙한 벽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습니다. 문제는 세상에 빛이 없는 것이 아니라, 빛 앞에서조차 눈을 감아 버리는 마음입니다. 죄는 단지 잘못 행하는 손에만 있지 않습니다. 보아야 할 것을 보지 않으려는 눈, 들어야 할 음성을 듣지 않으려는 귀, 그곳에서 시작됩니다.
이러한 백성에 대한 하나님의 방식은, 상한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 가는 심지를 끄지 않는(42:2-3). 얼마나 놀라운 방식입니까. 눈먼 자를 만나면 흔들어 깨우고 싶고, 귀먹은 자를 만나면 더 큰 소리로 밀어붙이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부서진 존재를 몰아세우지 않으십니다. 오래 굳어 버린 영혼, 너무 많은 상처 속에서 빛을 피하게 된 마음을 향해, 주의 종은 조용히 다가오십니다.
이사야 42장의 눈멂은 단순한 무지가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행하심을 보아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완고함이며, 말씀을 들어도 삶이 돌이키지 않는 깊은 둔감함입니다(42:20). 사람은 자주 자기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자기에게 유리한 것만 보고 삽니다. 듣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자기 마음이 원하는 말만 골라 듣습니다. 그리하여 영혼은 점점 더 밝은 빛 아래 있으면서도 더 깊이 어두워집니다. 이것이 죄의 슬픔입니다. 빛이 멀어서가 아니라, 빛 가까이에서 눈이 닫혀 버리는 것. 하나님의 음성이 작아서가 아니라, 그 음성 앞에서 귀를 막아 버리는 것 말입니다.
그러나 여기서도 하나님의 마지막 뜻은 버리심이 아닙니다. 새 일을 행하시며(42:9), 어둠에 앉은 자를 이끌어 알지 못하던 길로 지나가게 하시고, 흑암을 그 앞에서 빛으로 바꾸십니다(42:16). 오늘 우리의 기도는 이렇습니다. 주님, 제 눈이 멀었음을 먼저 알게 하소서. 제 귀가 닫혀 있음을 인정하게 하소서. 제가 빛을 기다리는 척하면서도 사실은 익숙한 어둠을 더 사랑하고 있지는 않은지 드러내 주소서. 상한 갈대를 꺾지 않으시는 주의 종께서, 제 굳은 눈꺼풀을 다시 열어 주시고, 제 닫힌 귀를 다시 깨워 주소서. 구원은 멀리 있는 빛을 끌어오는 일이 아니라, 이미 와 계신 빛 앞에서 다시 눈뜨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사야 42장 묵상: 눈멀고 귀먹은 백성들 이사야 42장은 한편으로는 조용히 오시는 주의 종을 보여 주고, 다른 한편으로는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백성을 비추어 줍니다(42:1-4, 18-20). 이 두 장면 사이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