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9/2026
기후위기 시대 구기정씨의 이상한 하루
- 919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하고 우리의 일상을 바꾸자! -
부산에서 올라와 서울 연희동의 7평 남짓한 원룸에서 자취를 하는 대학생 '구기정'이 있다. 기정은 요즘 매일같이 숨이 턱 막히는 '이상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오전 9:00 열대야와 지옥철
지각이다! 일어나자마자 원룸 안이 너무 덥다. 열대야가 지속되는데 40도 넘는 폭염 속에서도 전기세가 무서워 에어컨을 켜지 못했다.전기세와 관리비 고지서는 늘 기정의 가슴을 철렁이게 한다. 앞으로 여름이 매년 더 더워진다는데, 대체 이 좁은 방에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막막하다. 출근 버스는 늘 사람들로 붐벼서 숨이 막힌다. 정말 이상한 일이다. 출근 시간대 서울 버스의 평균 혼잡율은 무려 116%. 100명이 타야할 버스에 116명이 타 있다는 뜻이다. 도로 위 자동차에서 엄청난 양의 탄소가 뿜어져 나오지만, 정작 시민들을 위한 대중교통 지원과 인프라는 부족하다.
오전 10:30 누구를 위한 ‘에너지 절약?’
땀 범벅이 되어 겨우 도착한 강의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기정을 맞이한다. 오는 길에 본 플랜카드를 생각한다. 학교는 탄소를 줄이는 그린 캠퍼스 사업을 하겠다며, ‘에너지 절약 프로젝트’를 홍보하고 있었다. 에너지는 학내 청소 경비 노동자들이 출근해 일을 시작하는 새벽 5시부터 9시까지 절감된다. 학교 안에서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들은 분명 학교의 구성원인데. 대학이 말하는 ‘기후위기 대응’은 결국 학내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이 악화되는 것을 담보로 하고 있다.
오후 12:00 비건 실천과 정의로운 전환
오늘은 친구인 구일과 비건식당에 가기로 했다. 가지 라자냐를 먹으며, 구일은 사실은 자기 아버지가 정육점을 한다고 고백한다. “축산업이 기후위기에도 안 좋고 공장식 축산도 너무 잔인한데, 근데 사람들이 고기를 안 먹으면 우리 정육점은 어떻게 되는 거야?” 사실 기정의 큰할아버지도 평생 소를 길러 사셨다. 이상한 일이다. 발전소 노동자와 축산업 종사자가 잘못을 한 건 아닌데,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피해를 받게 되는 건 그 사람들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생계를 하루아침에 끊어버리는 것이 정의로운 전환일 순 없을 텐데. 그런데 이상한 사회를 바꾸어 우리의 삶을 살리려면, 일부가 부담을 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함께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닐까? 대규모 축산기업과 유통기업 중심의 먹거리 체계를 바꾸고, 그 과정에서 농민과 노동자가 더 나은 방식으로 일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책임지는 것. 그것이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말의 뜻에 더 가까운 게 아닐까?”
오후 6:00 3대 메가 프로젝트? 기후재앙 프로젝트!
저녁 6시, 뉴스에서는 연신 3대 메가 프로젝트(반도체 산단,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하지만 전화 너머 들리는 부모님의 한숨에 기정은 가슴이 답답하다. 사과 농사를 짓는 기정의 부모님은 이상 기후와 물 부족 때문에 올해 작물이 걱정이다. 그런데 정부의 관심은 딴 곳에 가 있다. 정부는 첨단 산업이라는 명목하에 1,400조 원의 막대한 공공재정과 정책금융, 전력, 용수, 부지 등의 공공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만 하루 107만 톤이 넘는 물을 공급할 계획이며 엄청난 양의 전력 또한 대기업에 아낌없이 몰아줄 예정이다. 정작 온몸으로 가뭄과 폭우를 맞으며 모두의 밥상을 책임지는 농민들에게 필요한 농업 용수는 메말라가는데, 대기업의 이윤을 위한 자원은 마르지 않는다.
정부의 메가프로젝트는 정말 누구를 위한 것일까? 혹독한 취업난 속에 반도체나 AI 산업의 일자리는 전도유망해 보인다. 그러나 반도체 연구자의 과로사,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의 백혈병과 직업병 산재 사고는 끊임없이 반복된다. 반도체는 고도화된 자동화산업이라, 천문학적 자원을 쏟아부어도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지진 않는다. 생활을 갈아 넣어야 하는 일터, 자동화된 AI로 언제 쫒겨날지 모르는 불안정한 일자리. 더 나은 미래는 없을까?(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