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2/2026
전례 없었던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본인의 아파트까지 팔면서)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하고, 정책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 오랫동안 한국 경제의 블랙홀처럼 작동해 온 부동산으로부터 생산적인 영역으로 자금을 돌리려는 시도이다. 그 노력은 일정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과열은 진정 국면에 들어섰고, 주식 시장은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으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이 변화는 한국 경제의 방향을 바꾸려는 의도된 전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관세 압박과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도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은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고,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와 데이터센터의 지방 이전이 현실화되고 있다. 대규모 데이터쎈터, 반도체 공장의 지방 이전 계획, 현대자동차 그룹의 새만금 투자와 같은 사례는 산업의 공간 구조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도권에 집중되었던 생산 기반이 지방으로 이동하는 것은 단순한 산업 정책을 넘어, 지역 균형 발전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이것은 분명히 긍정적인 변화이다.
그러나 이 성과만으로 우리 사회가 직면한 근본적인 질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성장하고 있지만, 모두가 성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K자 성장이다.
한쪽에서는 자산과 소득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여전히 정체와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주식시장이 상승하고 반도체 산업이 활황을 보이지만, 많은 노동자는 미래를 낙관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새로운 불안을 만들어내고 있다.
AI는 분명히 새로운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기존의 노동을 대체하고, 노동의 가치를 재구성할 것이다. 최근 를 주제로 한 포럼이 열린 것도(오마이뉴스 주최) 이러한 문제의식의 반영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그 기술을 통제하고 그 혜택을 분배하는 권력의 문제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문제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의 소유와 통제, 그리고 그 혜택의 분배 구조이다.
지금과 같은 빅테크 기업 주도의 AI는 노동을 해방하기보다 오히려 노동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이미 경험한 적이 있고 경험하고 있다.
성장과 불평등의 동시 확대, 이러한 현상은 낯선 것이 아니다.
이미 지난 수십 년 동안 성장과 불평등이 동시에 확대되는 경험을 했다.
경제는 성장했지만, 그 성과는 자산을 가진 사람들에게 더 많이 돌아갔다.
금융은 부동산 투기로 흘러갔고, 그 결과 부동산은 경제를 지배하는 구조가 되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부동산 억제 정책과 자금의 생산적 영역으로의 이동은 이러한 왜곡을 바로잡기 위한 중요한 시도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자금이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이동하면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는가?
주식 시장 역시 자산 시장이다. 생산과 고용, 불평등을 해소해 가는 수단이 주식시장 활성화 수준만큼 적극적으로 실행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산 증식 수단의 이동일 뿐, 경제 구조의 질적 전환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자금 이동이 생산과 공동체, 그리고 국민의 일상적인 삶의 안정으로 연결될 수 있기를 고대한다.
누구보다 정의와 평등, 과감한 실천을 강조하는, 정치적 명분과 추진 능력까지 갖춘 실용주의자 이재명 대통령과 현 정부가 그런 방향으로 이끌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대통령도 여러 번 강조한 사회연대경제 역시 또 하나의 성장 전략으로 봐 주기를, 다루어 주기를 바란다.
전체 경제를 다루는 처지에서 보면 지극히 작은 부분이겠지만 사회연대경제의 가능성과 의미와 가치, 효용성을 다시 생각해 주기를 바란다.
사회연대경제는 단순히 취약계층을 돕기 위한 보완적 장치만은 아니다.
그것은 경제의 또 다른 조직과 성장 원리이자 실천 방식이다.
사회연대경제는, 이제는 누구나 알고 있듯이, 자본의 수익률만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공동체의 유지와 성장을 함께 고려하는 경제이다.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자활기업, 사회적 금융기관들은 시장과 국가가 충분히 역할을 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새로운 경제적 가능성을 만들어 왔다.
그러나 사회연대경제는 여전히 주변적인 위치에 머물러 있다.
그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사회연대경제는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충분히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류 경제를 키웠던 방식의 과감한 ‘육성정책’과 자율적 발전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60년대부터 반도체, 철강, 조선, 자동차, 중공업, 화학 산업을 키우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집중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정책을 만들고, 자금을 투입하고, 인재를 양성하고, 인프라를 구축했다.
그 결과 우리는 세계적인 반도체 강국, 조선 강국, 자동차와 중공업 강국이 되었다.
사회연대경제 역시 마찬가지이다.
정책이 필요하다.
대규모 정책 자금과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금융이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보조금, 지원금도 중요하지만, 자율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독자적인 금융 인프라가 필요하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과 조직들이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받고, 성장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사회적 금융이 바로 그 핵심이다.
사회연대경제는 자율적 발전이 핵심 가치인데, 정부와 공공의 지원이 왜 필요한 것이냐는 질문도 타당하다. 그러나 지금은 협동조합이 시작된 19세기가 아니다. 정부의 역할도 훨씬 커졌고, 고도로 구조화된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 안에서 누구도 정책과 금융의 지원 없이 성장은 불가능하다(조그만 구멍가게도, 치킨집도 국가 정책과 금융의 영향을 받는다). 사회연대경제의 중요성은 지향하는 가치와 운영 구조, 결실의 배분, 재생산 방식이 다르고, 그로 인해 공동체와 사회의 건강성 유지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데 그 차별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조금은 다르게 살아갈 권리를 지원하고 보장하는 것이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듯이, 다른 철학과 방식으로 경제를 일구어 가는 것도 당연히 지원하고 보장해야 할 중요한 권리라고 믿는다.
성장은 중요하다.
성장이 없다면, 분배도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어려운 국제 환경 속에서도 우리 경제가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것은 분명히 의미 있는 성과이다. 그 성과가, 그 결실이 골고루 나누어지기를 기대한다.
대통령도, 정부도 그 방도를 찾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옛날 난방, 구들장 구조에서는 불을 때면 아랫목만 따뜻하거나 아랫목부터 따뜻해진다.
이런 사회에서 강조된, 강요된 이론이 소위 ‘낙수효과’ 이론이다.
스위치만 올리면 방 전체가 골고루 따뜻해지는 난방 시스템을 사용한 지가 수십 년인 사회에서 낙수효과 이론은 합리적이지도 정의롭지도 않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방 전체가 동시에 따뜻해지는 사회이다.
(온도와 강도는 다르겠지만)
누군가는 과도하게 뜨겁고, 누군가는 여전히 차가운 사회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따뜻해지는 사회이다.
그것은 '성장 먼저, 분배 나중' 정책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경제의 구조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이를 이루어 나갈 수 있는 다양한 경제적 도구가 필요하다.
사회연대경제가 작지만 중요한 도구의 하나로 기능할 수 있다고 믿는다.
사회연대경제는 단순한 경제 정책을 넘어서는 민주주의 문제이기도 하다.
경제 구조는 단순히 경제적 결과만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경제는 사회의 안정과 민주주의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불평등이 심화될수록 민주주의는 취약해진다.
반대로, 경제적 기회가 넓게 공유될수록 민주주의는 더욱 튼튼해진다.
사회연대경제는 하나의 경제적 대안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기반이기도 하다.
시민이 단순한 소비자나 노동자가 아니라, 생산과 분배를 결정하는 과정과 결과에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부동산 중심의 경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 변화가 ‘정의로운 전환’이 되기 위해서는 성장의 속도뿐 아니라 성장의 방향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수십 년 쌓인 적폐, 부조리를 과감하게 척결하는 것이 수십 년 요구사항이고, 그것을 실행하고 있는 대통령과 정부에 응원을 보내면서, 역시 수십 년 동안 똑같이 제기된 다음의 질문에도 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구를 위한 성장인가
무엇을 위한 성장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필요하고, 그 답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다고 믿는다. 답을 찾고 실행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전체 경제를 재구조화하는 시점에서 작은 영역이겠지만, 사회연대경제와 사회적 금융, 그리고 이를 위한 정책과 인프라 구축 역시 답의 중요한 일부라고 생각한다.
경제 영역에서도 시민이 주체가 될 수 있는 다양한 도구와 수단을 갖추게 될 때, 물질적으로 성장하는 사회를 넘어, 더 성숙한 사회, 더 안정된 사회, 더 튼튼한 민주주의 국가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성장의 시대를 넘어, 성숙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하고, 기대하고, 기도한다.